연일 낮 기온30도를 넘나드는
기록적인 폭염 속에서
어제와 오늘 태풍의 영향 때문인지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면서
더위를 조금 누그려 뜨리나 싶더니
더위의 기세에 눌린 빗방울은
어느덧 덥혀진 수증기로 변하고
대기를 더욱 굽 굽 하고
기분 나쁘게 만들어서
불쾌지수를 한층 더
끌어올리는 오전입니다.
피에로는 아침부터 데워진
거실에서 컴퓨터 앞에 앉아
오늘은 어디를 갈까?
고민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아직 거실의 에어컨을 돌리기에는
좀 사치스러운 날씨라 여긴
피에로는 부담 없이 시원한
여름을 즐길 만한 공간을
찾고 있는 중인데
마땅한 곳을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피에로는 결국 미뤄 두었던
볼 일을 보러 남대문으로
행선지를 결정하고는
외출 준비를 합니다.
지하철역에서 목적지로
향하는 순간까지도 혹시나 하는
맘에 모바일 검색을 계속하던
피에로는 드디어
특별한 장소를 찾아냅니다.
얼마 전에 온라인을 통해서
서소문 역사공원이
일반인에게 오픈했다는
소식은 알고 있었지만
기회가 되지 않아서
찾지 못했었는데 오늘이
마침 방문하기에
가장 좋은 날임에 피에로는
보물 찾기에서 숨은 번호표를
발견한 듯 뿌듯한 맘으로
볼 일을 마치고 충정로 역으로
향했습니다.
피에로는 서소문 역사공원에
방문하기 위해서 남대문에서
시청 방향으로 걸어와서
2호선 지하철을 이용했습니다.
충정로역에 도착해서
4번 출구를 올라온 후에
서소문 고가차도 방향으로
내려갑니다.
좀 내려와서 횡단보도를
하나 건너니 공원 주차장이 보입니다.
그리고 바로
서소문 역사공원 입구입니다.
공원 진입로를 따라서 좀 걸어가니
장미꽃 화원이 펼쳐집니다.
그리고 순교자 현양비입니다.
순교자 현양탑에 대해
잠시 소개해 드리자면
서소문은 아현과 남대문 밖의
칠패 시장으로 통하던 문으로
일찍부터 사람들이
붐비던 곳이었습니다.
조선시대 때의 사형 집행은
많은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주어서
범죄를 예방하려는 목적에서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곳에서
행해졌으며
'서소문 밖'도 이러한 이유로
서울의 중요한 형장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이곳 형장의 위치는
서소문 밖의 비탈진 언덕길 아래,
즉 현재의 서소문공원 옆에 있던
이교의 남쪽 백사장이었던 곳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1784년 겨울,
한국 천주교회가 창설된 이후
100여 년 동안 박해가 계속되면서
천주교회는 전국적으로
1만여 명의 순교자를
탄생시켜야만 했답니다.
특히 서소문 밖 형장에서는
1801년 신유박해 이후로
1871년 무렵까지 수많은
신자들이 처형되었으며
그 중에서 44명의 순교자는
1984년 5월 6일
한국 천주교회 창설
200주년을 맞이하여 선포된
103위 성인 가운데 포함되었답니다.
한국 천주교회에서는
이 성인 탄생을 기리기 위해서
1984년 이곳 서소문 역사공원 안에
순교자 현양탑을
건립한 적이 있었으나
1997년에 공원이 새로 단장되면서
기존의 현양탑이 헐리고
1999년에 다시 세우게 된 것이
지금의 현양탑 이랍니다.
그럼 공원을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승강기를 타고
지하 1층으로 내려갑니다.
지하 1층에는 행정지원실과
도서관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각종 조형예술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아래로 지하2층의
기획전시실 모습이 보입니다.
지하 1층을 한 바퀴 돌아본 후에
지하 2층을 향해서
복도를 내려갑니다.
지하 2층에는 기획전시실과
소강당 그리고
성 정하당 기념경당이
자리합니다.
피에로는 바로 복도를 따라서
지하 3층으로 내려갑니다.
내려오는 복도 중간중간의
벽면으로 기다란 창이
설치되어 있고
그 창틈으로 들어오는 빛은
피에로의 맘을
숙연하게 만들어서
한걸음 두 걸음
조심스러운 발걸음을
딛게 합니다.
지하 3층에는 상설전시관과
하늘광장이 넓게 펼쳐져 있습니다.
콘솔레이션홀입니다.
콘솔레이션은 위로,
위안, 위무를 뜻한답니다.
하늘광장입니다.
나와 다른 타인의 사상, 신앙의
다름을 인정하고 다른 이를
존중하는 평화와 공존을
생각하게 하는 자유의 터로
이곳에서는 야외 전시는 물론
무용, 공연 등 다양한
퍼포먼스를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입니다.
내려올 때 드르지 못했던
기획전시실의 모습입니다.
피에로는 다시 복도를 따라서
1층으로 올라왔습니다.
후덥지근한 날씨에도
산책을 즐기는 분들이
드문드문 보입니다.
이렇게 오늘 피에로는
슬픈 역사의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종교적 신념을 지키기 위해서
참 많은 분들께서
목숨을 희생하셨습니다.
피에로는 천주교인은 아니지만
공원을 돌아서서
지하철역으로 오는 길에 뭐랄까
마음이 경건해짐을 많이 느꼈습니다.
이곳 서소문 역사공원은
연중무휴로
입장도 무료에다가
주차장도 갖추고 있고
에어컨 시설도 잘 되어 있으니
아이들과 시간 내서
한번 들러보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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