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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TRO/5~9호선별 가볼 곳

경복궁 서쪽, 잊혀진 서궐 경희궁을 찾아서

피에로는 6월 첫 휴일에

경희궁을 다녀왔습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맞이하는

침대에서의 여유로운 휴일 아침!

 

일찍부터

피에로는 마음의 갈등 중입니다.

 

TV나 보면서

밀렸던 집안일도 좀 하고

주중에 소홀했던 로즈74님(아내)와

즐거운 한 때를 보낼까?

 

아니면 오늘도

흥미로운 장소를 찾아서 나서볼까?

 

고민과 고민을 거듭한 결과,

강력한 자성을 띈 자석을 떼어내듯

 

어렵게 침대를 밀쳐내고 일어난 피에로는

거실의 컴퓨터로 향합니다.

 

그리곤 마음에 타협점을 찾습니다.

로즈74님과 같이 가자.^^

 

면죄부가 쥐어지는 순간입니다.^^

 

이제 로즈74님이

혹할만한 장소를 찾는 게 관건입니다.

 

인터넷을 열심히 검색한 피에로는

경희궁을 찾았습니다.

 

얼마 전에 포스팅한

돈의문박물관마을을 먼저 들러서

 

로즈74님의 어릴 적 추억을

소환한 후 경희궁으로 가기로 생각하고

설득에 나섭니다.

 

옵션으로 맛있는 저녁식사까지

제공하는 걸로

 

흔쾌히 승낙을 받아낸 피에로는

바쁘게 외출 준비를 합니다.^^

 

오랜만에 피에로와의 외출을

준비하는 로즈74님도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준비하는 내내 가벼운 발걸음에서

마음이 꾀나 들떠있는 듯 보였습니다.^^

 

이렇게 바쁘게 준비를 마친 우리는

부지런히 지하철역으로 향합니다.

 

경희궁에 가기 위해서

지하철 5호선을 이용했습니다.

 

서대문역에서 내린 우리는

4번 출구를 이용해서 올라옵니다.

 

5호선 서대문역에서

광화문역으로 이어지는 새문안로는

박물관 거리로 유명합니다.

 

농업박물관을 시작으로

돈의문박물관마을이 있고,

 

경찰박물관을 지나게 되면

서울 역사박물관으로 이어지지요.

 

오늘은 경희궁에 가기로 정했으니

경희궁에 대해서 알아봐야겠죠.^^

 

경희궁에 대해서 알아보기에 앞서

우리는 궁궐 하면 일반적으로

경복궁을 많이 떠올립니다.

 

경복궁은 조선을 대표하는

웅장한 규모의

아름다운 궁궐임에 분명합니다.

 

하지만 경희궁 역시 창건 당시에는

그 규모가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렇게 크고 아름다웠던

그래서 역대 임금님들께서 아끼셨던

 

경희궁의 안타까운 역사에 대해서

이제부터 간단하게 알아보겠습니다.

 

경희궁은 원래 경덕궁으로 불렸습니다.

창건 당시에는 유사시에

 

피할 수 있는 궁으로 지어졌는데

규모가 크다 보니 여러 임금께서

 

경덕궁에서 정사를 보시고 이에

경덕궁이 중요시 여겨지면서

 

동궐(창덕궁, 창경궁)과 더불어서

서궐이라고 불리었습니다.

 

경덕궁의 창궐은 광해군 9년으로

당시 광해군은 동쪽에 있는

창덕궁을 꺼려하셨던 모양입니다.

 

이에 새궁(경덕궁)을 세우셨는데

정작 광해군 본인은 인조반정으로

경덕궁에는 들지 못했습니다.

 

인조 즉위 당시 동궐이

모두 불에 타버려서

경덕궁에서 정사를 보았습니다.

 

이후 창덕궁과 창경궁이 복원된 이후에도

왕위 즉위식이 거행되는 등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궁궐이었습니다.

 

이렇게 중요시 여기던 경덕궁은

정조 임금 때 궁명을 경희궁으로 고쳤는데

 

그 이유는 원종의 시호가 경덕이었고

음이 같은 것을 피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일제 강점기 시절에는

경희궁이 일본인들의 학교로 사용되면서

완전히 궁궐의 자취를 잃고 말았습니다.

 

이후 경희궁은 몇몇 전각들이

복원되었지만 대부분의 전각들의 소실로

 

그 옛날의 웅장한 면모는 사라지고

현재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 서대문역 4번 출구를 올라온 우리는

광화문역 방향으로 약 400여 미터를

 

한 주 동안 밀렸던 이야기를 하면서

지루하지 않게 걷습니다.

 

돈화문 박물관마을에서 옛 추억 소환에

시간 가는 줄 모르던 로즈74님

손을 이끌고 경희궁으로 갑니다.

 

홍화문입니다.

요즘에는 주말 혹은 휴일에

 

교외로 빠져나가는 게 일반적이라서인지

이곳은 너무나 조용하고 한적하네요.

 

홍화문을 지나자 숭정문으로

이어지는 길이 나타납니다.

 

주위에 쉴 수 있는 벤치들도

마련되어 있고요.

 

희망나무 프로젝트라고 해서

장애아동의 이동권 증진을 위한 행사로

식목일에 나무 심기를 했네요.

 

이제 숭정문이 멀리 보입니다.

여느 궁궐과 같이 바닥에는

 

고운 흙이 깔리고 길 주변으로

전각들과 오래된 나무들이 고풍스러운

그런 모습이 아니라서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하고 안쓰럽습니다.

 

숭정문 앞에 섰습니다.

문 안쪽으로 숭정전이 보입니다.

 

안쪽으로는 외국인을 포함한 몇몇

관람객을 제외하고는

너무나 한적한 분위기네요.

 

숭정문 안으로 들어서니

숭정전을 중심으로 좌우로

품계석이 나란합니다.

 

경복궁에 비해서는 너무 작은 듯한

궁궐의 모습이네요.

 

숭정전입니다.

 

행각의 모습입니다.

 

로즈74님은

아름다운 궁궐의 모습을 담느라 바쁘네요.

 

고운 단청도 한 컷 남겨봅니다.

 

경희궁 주변은 금연구역입니다.

 

숭정전 뒤편 자정문 모습입니다.

 

동쪽의 문을 통해서 궐 밖으로 나옵니다.

 

종로구의 아름다운 느티나무입니다.

수령이 380년이랍니다.

 

다시 궁궐 중앙으로 나와서

경희궁지 안내를 읽어 봅니다.

 

경희궁 관람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입니다.

 

매주 월요일이 휴무일이며

입장료는 무료입니다.

 

이렇게 조용하고 한적한 궁궐의 모습을

눈에 한껏 담고

우리는 지하철역으로 향합니다.

 

항상 많은 나들이객들로 붐비는

화려한 경복궁에 비해서

 

너무나도 초라한(?) 경희궁터의 모습에

피에로는 마음 한 켠이 짠해졌습니다.

 

서너 보 앞서서 걷고 있는

로즈74님도 맘이 안 좋은지

 

지하철역에 도착하는 내내

말이 없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우리는

그 옛날 웅장했던

 

경희궁의 모습은 어땠을까?를

상상하는 대화로 하루를 마무리합니다.